We in Press

기사사진

국일보DB

기사사진


이전사진다음사진
123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꼽히는 칼 바르트(사진)의 기념비적 대작 ‘교회교의학’(대한기독교서회)이 한국어로 완역됐다. 책은 중세시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과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에 견줘도 손색없는 교의학(dogmatic theology) 총서로 꼽힌다.

대한기독교서회는 30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 13권 세트를 내놓게 됐다”며 “독자들은 2000년에 걸친 서양 신학의 전통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 변화된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성경을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트는 1932년부터 67년까지 30년 넘게 이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거의 모든 교의학 주제를 다뤘다. 집필 과정에서 특히 고대와 중세시대 교부들은 물론 마르틴 루터와 칼뱅 같은 종교개혁가들,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철학까지 소환해 복음의 실체를 기록하고 있다.

서론에 해당하는 1부(1, 2권)는 하나님의 말씀과 계시에 대해 기록했다. 바르트 교의학의 뿌리가 하나님 말씀에 있음을 삼중 형식에 따라 기술했다. 신론에 해당하는 2부(1, 2권)에선 ‘자유’와 ‘사랑’이라는 두 개념으로 하나님을 설명한다. 3부(1, 2, 3, 4권)는 창조론과 인간론, 창조세계 전반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피조물인 인간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명령을 윤리적 차원에서 고찰했다.

화해론을 다룬 4부(1, 2, 3-1, 3-2, 4권)는 교회교의학의 핵심으로 꼽힌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따라 하나님의 아들, 인간의 아들, 중보자 예수에 대해 쓰고 있다. 바르트는 78세에 4부 4권의 집필을 시작했다. 당초 주기도문 해설과 성만찬론, 세례론을 논하려 했으나 세례론만 기술한 채 세상을 떠났다. 5부로 예정됐던 구원론과 종말론은 빠진 채 총 13권만 남았다.

이 책은 8500여쪽에 달하는 대작인 데다 내용도 쉽지 않아 지금까지 자국어로 완역한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에선 2003년 박순경 전 이화여대 교수가 시리즈 1권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교의’를 번역해 내놓은 지 15년 만에 완성됐다. 당시 한국바르트학회장이었던 박봉랑 교수를 중심으로 바르트를 연구한 학자들이 각 권을 나눠서 번역에 동참했다. 박 교수가 세상을 떠난 뒤 오영석 전 한신대 총장과 김재진 케리그마신학연구원장, 정미현 연세대 교수, 신준호 박사, 황정욱 박사 등 11명이 함께 번역했다.

최근 완역 출판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 김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제3세계에서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전권 번역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스위스 바르트 아카이브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그동안 연구원은 바르트의 교리신학적 특성이 각인된, 각 단락 서두의 ‘73개 명제’를 중심으로 온라인 강독을 진행해 왔다. 

김 원장은 “초대 한국 신학자들이 일본 도쿄신학교에서 바르트 신학을 처음 접했지만, 완역과 더불어 완독까지 한 것은 일본보다 앞섰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바르트 신학은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교단이 이 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다. 바르트의 성서영감론을 놓고 문자영감론을 강조한 보수주의 신학자들은 바르트를 자유주의 신학자라고 비난했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바르트의 신학을 철학적 합리주의와 현실주의 등을 활용해 변증신학 영역을 개척한 신정통주의로 평가한다.

김 원장은 “앞으로 제대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교파의 입장에 따라 바르트 신학을 매도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문적 무지로 생기는 오해를 벗어날 단초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바르트의 만인화해론을 재조명했다. 김 원장은 “한국에선 칼뱅주의의 영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이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가 온 인류를 위해 죽으셨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계약론에 따라 하나님과의 언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까지 자동적으로 구원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 곁들여 읽을 만한 책
‘교회교의학’ 탐구 전 읽어 보면 좋을 책 세 권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심오한 신학의 여정 중 참고하거나, 본격 탐구 시작 전 읽어 보면 좋을 책을 소개한다.

칼 바르트 교의학 개요(복있는사람)는 바르트 신학을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1935년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추방됐던 바르트가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와 본대학교에서 강의한 것을 엮었다. 

바르트가 도입 명제만 미리 준비하고 강의록 없이 진행한 강의로 유명하다. 사도신경의 틀에 따라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독자들이 바르트 신학에 발을 들이도록 돕는다.

하나님의 인간성(새물결플러스)은 바르트의 후반기 에세이 세 권을 묶은 책이다. 제목과 동명의 에세이는 1956년 스위스 아라우에서 열린 개혁교회 총회에서 했던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바르트가 교회교의학 4부 1·2권에서 전개하는 논의, 즉 신성을 수용하고 신성으로 높여지는 나사렛 예수의 인간성을 ‘하나님의 인간성’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잘 보여준다. 이와 함께 ‘19세기 개신교 신학’, 개신교 윤리학의 기초를 담고 있는 ‘자유의 선물’까지 수록됐다. 이를 통해 바르트의 후기 신학의 전반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칼 바르트 말씀의 신학 해설(새물결플러스)은 바르트 신학의 핵심으로 꼽히는 ‘말씀의 신학’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미국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 초빙교수 정승훈 박사. 교회교의학 1부 1권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바르트가 이에 앞서 쉽게 서술한 ‘괴팅겐 교의학’의 맥락에서 살펴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사 원문: http://m.kmib.co.kr/view.asp?arcid=0923957405&code=23111312&sid1=mis